Your silence is a mirror.


SYNOPSIS

1969년, 군산 미공군기지 근처에는 소형도시의 모습을 갖춘 기지촌이 설립되었다. 전국에서 모집된 여성들은 미군 위안부라고 불렸고 주식회사 “아메리칸 타운”이 설립되어 이들을 관리했다. 가상현실 영화 <아메리칸 타운>은 정부의 지지와 인가를 받고 운영되고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기지촌 “아메리칸 타운”의 과거로 관객을 초대한다. 2022년의 한 낮, 쇠락하고 빈 아메리칸 타운은 텅 비어있다. 그러나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두워지자 타운에는 번성했던 과거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음악 소리가 마을을 뒤덮고 술 취한 미군들의 목소리와 여성들의 노랫소리가 섞인다. 관객은 홀리듯 이 낯선 기지촌으로 들어가 아메리칸 타운의 일상을 경험한다.


DIRECTOR'S STATEMENT

평면 영화와 달리, 참여와 체험이 가능한 VR 영화에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장막” 을 뜻하는 영화의 스크린이나, “감시”를 뜻하는 TV의 모니터를 넘어서, 수동태를 능동태로, 방관을 참여로 바꾸어 주는 창은 과연 무엇일까? 거울은 나를 비추며, 동시에 내 뒤의 세상을 비춘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며,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에게 언어는 없다.

한낮, 아메리칸 타운의 모습은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그림처럼 모호하다. 국적을 알 수 없는 건물 양식과 시대를 초월한 사물들은 관객을 시간의 연옥에 가둔다. 이 초현실적 영토에 비루하고 끈질기게 남아 있는 거울들은 몰락한 타운의 용도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타운에 어둠이 내리면 거울 속, 당신이 비추어져야 할 자리에 그녀가 나타난다. 거울 속에 현현한 그녀는 기어코 과거의 목소리들을 호출해 내어 당신을 미군 병사와 지내는 한 밤의 목격자로 만든다. 당신에게 그녀가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질문에 당신은 침묵한다. 당신의 침묵은 거울이다.

촬영을 준비하던 중, 아메리칸 타운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타운에는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매춘을 위해 세워졌던 여성들의 기숙사는 가장 먼저 철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2022년 가을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날, 한국 대법원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발표했다. 법원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을 촉구했으며, 판결문에서 '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가슴 벅차게 기쁘면서도 그녀들의 싸움은 이제야 시작이라는 생각에 먹먹해졌다. 타운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몰입매체 기술은 타운의 모습을 영구히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게 만들었다. VR영화 <아메리칸 타운>에 보존된 모습과 디지털 파일들이 다음 세대에도 전해져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감내했던 시간이 기억되고 경험될 수 있기 바란다.


ABOUT AMERICAN TOWN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 주둔해 온 미군기지는 한때 약 1억만 평에 이르기도 했다. 기지 주변에는 누적 5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군위안부가 일하는 약 96개의 기지촌이 형성되었다. 전후 한국사회에서 미군 위안부들은 외화벌이의 영웅으로 내몰리며 남한의 경제 발전에 공헌을 했다. 여성 인권과 성폭력의 이슈들이 적극적으로 공론화 되는 21세기의 현실에서도 이 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는 침묵 속에 묻혀 있다. (주1)

<아메리칸 타운>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의 최종 작품이다. 미군 위안부 3부작의 첫번째 작품<동두천>은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일어난 살해 사건에 기반한 작품이다. 2부 <소요산>은 성병 관리를 위해 미군 위안부 여성들을 감금하고 강제 치료했던 낙검자 수용소의 하루를 이야기 한다. 미군 위안부 VR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아메리칸 타운>은 군산의 미군공군기지 인근에 설립되었던 기지촌, 아메리칸 타운을 주 무대로 한다. 아메리칸 타운은 1969년 미군의 향락을 위해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체계적으로 설립된 계획 도시형 기지촌의 이름이다. (주2)

아메리칸 타운의 설립을 주도한 것은 5·16 군사 쿠데타를 주도하고 중앙정보부 요직에 오른 전직 대령이었다. "외화획득" "국위선양"이라는 기치 아래 군산 인군, 옥구군의 만 여 평의 땅을 매수하고 클럽 등의 유흥시설 물론 이발소, 환전소에 이르기까지 미군을 위한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소형도시와 다름없는 기지촌을 설립했다. 미군 위안부들을 전국에서 모집하고 그 여성들을 위한 500여개의 주거시설까지 완성하고 나자 1969년 9월, 주식회사 아메리칸 타운이 공식적으로 설립되었다.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었다. 아메리칸 타운 주식회사는 정부의 지지와 인가를 받은, 미군만을 위해 세워진 공식적인 집창촌이었다. 

하룻밤 천 여 명의 미군이 방문하기도 했을 정도로 성황을 누렸던 아메리칸 타운은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미군 범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며 점차 쇠락해 갔다. 2014년, 주한미군은 병사들의 아메리칸 타운의 방문을 금지되기도 했다. 2022년 현재, 러시아와 필리핀 여성들이 성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 아메리칸 타운에는 그러나 한국 여성들이 미군을 상대로 일했던 기지촌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타운의 입구에 "아메리칸 타운" 이라고 영어로 적혀있던 대형 아치는 "International Culture Ville(국제문화마을)"이라고 옹색하게 바뀌었지만, 타운의 벽과 현수막들에 아메리칸 타운이라는 이름은 여전이 남아있다. 몰입형 가상현실 영화 <아메리칸 타운>은 재개발의 광풍으로 이 기지촌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몰입 매체를이용해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진 시간과 공간의 아르카이브를 만든다.

주1: 한국정부는 1951년 보건부 예규에서 '위안부'를 '위안소에서 외군을 상대로 위안접객을 업으로 하는 부녀자'로 정의했으며 '미군 위안부'라는 용어는 한국 정부가 기지촌 여성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1980년대까지 법령, 공문에서 일관되게 사용된 표현이다. 2022년 서울 대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며 배상을 촉구했으며, 판결문에서 ‘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주 2: 설립된 주식회사의 공식 명칭은 “아메리칸 타운”이며 이에 따라 타운의 공식 명칭 역시 “아메리칸 타운”이다. 그러나 주민들과 방문자들에 의해 통상 “에이 타운 (A-town)” 또는 “아메리카 타운”이라 불리기도 한다.


CAST AND CREDIT

김진아 감독 작품. 제작 싸이언 필름 각본/연출 김진아 출연 김보령 제작 김진아 총괄 프로듀서 조수아 협력 프로듀서 손모아 촬영감독 김지현 프로듀서 조은석, 임승현, 김한재 조연출 김현승 스크립터 손모아 편집 김진아, 손모아 미술 김종진 미술팀 송훈종, 이미정 분장 이도을, 박현민 의상 이영아 연출팀 이대원, 조영인 제작팀 서한솔 VR 촬영 감독 이진형 VR 촬영팀 이상화, 천우석, 전형덕 조명감독 임수열 조명부 김철환 동시녹음 김솔 VFX 수퍼바이저 가재찬 CGI 수퍼바이저 이동환 사운드 디자인 마코 담브로시오 리드 컴포지터 김기현 홍보 김수현, 김다예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수 제작지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전주국제영화제, UCLA FRG 그랜트, UCLA여성학 센터 

3D 360 가상현실 영화, 16분, 컬러, 2023

배급 문의

Cyan Films
cyanfilms2013@gmail.com


REVIEWS

보그 코리아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 <동두천>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이 공개됐다. 소외된 여성의 아픔에 강력한 체험을 전하는 이들 작품은 유수의 영화제 수상을 제하고도, VR이 필히 나가야 할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씨네21

김진아 감독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장르 미학까지 녹여내 (VR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영화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은 채 몇 가지 이미지와 사운드로 빈 공간에 서사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연출을 선보인다. 


TRAILER


MAKING OF VR TRI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