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타운’, 김진아 감독이 만든 확장된 세상

Published December 5, 2023 - Full Article

작가: 류가영

더 이상의 공백은 없다. 네모난 프레임을 벗어나 360도로 확장된 세상이 미처 목격되지 못한 아픔과 슬픔, 행복을 기어이 포착해낸다. <동두천>, <소요산>, 그리고 마침내 <아메리칸 타운>으로 완성된 김진아의 VR 3부작. 미군 위안부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그의 집요한 기록이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은은하게 공명한다.

세상이 규정한 프레임을 벗어나 확장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김진아 감독이 세트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한 필름 선글라스를 끼고 정면을 응시했다. 블랙 니트 톱은 릭 오웬스 (Rick Owens).

시어링 디테일 코트와 니트 톱, 언밸런스 디스트로이드 데님 스커트, 부츠는 릭 오웬스 (Rick Owens).

당신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VR 영화를 체험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진아 VR 특별전 <당신의 침묵을 비추는 거울> 덕분이었다. VR 기기를 쓴 관객은 회전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며 10분 안팎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동두천>(2017), <소요산>(2021) 그리고 <아메리칸 타운>(2023). 미군 위안부 이야기가 드디어 마무리되는 시점인 만큼 한국에서 전시회를 잘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국 영화사의 현대미술관 같은 상징적 장소인 한국영상자료원에서 3부작을 한꺼번에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전시를 기획해준 김홍준 원장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든든한 응원군이다. 2005년 내가 하버드대 전임강사로 일할 당시 기획한 한국 영화 회고전과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전에도 모두 참석해줬다. 3부작을 보고 나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떻게 이렇게 숨도 못 쉬게 만드냐”는 말로 응원해주셨다.

현재 LA에 머물고 있다. 전시를 통해 3주간 한국 관객을 마주했는데 인상적인 만남이나 대화가 있었나?

<아메리칸 타운>을 보며 펑펑 울던 40대 초반 여성 관객이 기억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평온한 논밭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착취를 둘러싼 장소에서 그토록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 그 싱그러운 침묵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고 한다.

국내에 96개 기지촌이 존재했다. 미군을 위한 서비스업 중심의 구역인 기지촌은 위안부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동두천 기지촌, 소요산 낙검자 수용소에 이어 신작에서는 군산 미 공군기지를 조명했다.

동두천 기지촌은 여전히 영업 중이고, 소요산 낙검자 수용소는 공포 영화에 나올 법한 폐허다. 그런데 아메리칸 타운은 분위기가 좀 애매모호했다. 인적은 드문데 밤에 영업하는 클럽이 몇 군데 있었다. 공간이 영화적이지 않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산 사람의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은 사람의 공간도 아닌 시간과 역사의 연옥 같은 느낌이었달까.

돌파구는 어디서 찾았나? 지난해 <보그> 인터뷰에서 <아메리칸 타운>은 가장 ‘시각적’인 작품이 될 거라 귀띔했다. 공간 여기저기에 놓인 거울에 인물의 과거를 투사하는 연출에 눈길이 갔다.

타운 안을 많이 걸어 다녔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거울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길을 걷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놀랄 때가 많았는데 그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거울이 지닌 상징성이 있지 않나. 앞은 물론 뒤를 비추기도 한다. 그러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아주 선명한 명제가 떠올랐다. 해결되지 않은 사회문제 속 대상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생생하게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기술과 매체를 실험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늘 한계를 느꼈다. 그런데 원시적 광학 도구인 거울이 어쩌면 참여를 유도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메리칸 타운>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여야 하는 거울에 주인공 여성의 과거 모습이 비친다.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그것도 현재가 아닌 과거를 목격하게 된다는 점이 불러일으키는 시각 기호학적 효과가 매력적일 것 같았다.

구조적인 모양의 독특한 드레스는 무홍 (Moohong), 청키한 클로그는 로에베 (Loewe).

전작과 달리 <아메리칸 타운>에서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누구세요?”라고.

여전히 수많은 기지촌이 남아 있고,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미군 위안부 문제를 지금, 여기, 나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거울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지만 결국 거울 안의 세상이기에 <아메리칸 타운>에서 관객은 비극과 비교적 편안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말이다. 하지만 거울 속 여자가 밖으로 나와 구체적인 실체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녀의 고민과 문제는 내 것이 된다. 여자를 따라다니며 모든 내밀한 상황을 목격한 당신은 누구인가? 21세기를 살며 VR 기기를 뒤집어쓰고 1980년대 기지촌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목격하는 당신은 어떤 존재인가? 그런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기록과 아카이빙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강하게 의식하는 예술가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의 힘을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사라진다. 위안부 재판에서 가장 난감한 지점이 바로 증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거다. 모든 증거가 사라지면 우린 뭘로 싸울 수 있을까? 아메리칸 타운 전체가 재개발로 빠르게 철거되는 중이고, 몽키하우스도 마찬가지고, 전부 다 사라지고 말 거다. 그런 조급함이 VR 작품 세 편에 더해 AR 작품까지 만들게 했다. AR 기술로 공간을 아카이빙할 수 있고, 한번 그렇게 데이터를 스캔해놓으면 미래의 관객은 철거된 기지촌 안을 언제 어디서든 배회할 수 있으니까.

비대칭 니트 스웨터와 곡선 형태의 니트 팬츠는 알라이아 (Alaïa), 시어링 발레리나 슈즈는 토즈 (Tod’s).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2001)는 6년간의 기록이 담긴 157분 분량의 비디오 에세이로 디아스포라, 거식증, 여성성, 가족사 등 지극히 개인적 화두로 가득하다. 스물두 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교육자 부모님의 반대를 물리치고 미대에 입학했지만 한국 여성 예술가로 살아가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계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던 여자 친구를 위해 남자 친구가 그 계부를 살해한 사건과 ‘서울대 성희롱 사건’ 등 윤금이 사건 외에도 여성의 몸이 유린되는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이 사회 안에서 여성의 몸을 가진 내가 설 자리는 없다는 좌절이 너무 컸다. 노동과 계급에 관한 문제는 타도의 대상이고, 다이어트를 하다 굶어 죽은 여자의 이야기는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고 마는 국내의 인권 감수성도 너무 편협하게 느껴졌다. 눈앞의 거대한 벽 앞에서 대체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알 수 없던 스물두 살, 끝내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사람인가? 일찍이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적 이미지와 대중의 관계에 천착하던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우리 모두 서로에게 무관하지 않다는 연민을 갖기를 촉구했다.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슬픔과 분노 등 감정적 반응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감정은 ‘그런 불행을 겪지 않을 수 있어 감사해’라는 소시민적 반응에 그칠 수도 있고, 정작 고통을 겪은 이를 배제하게 되는 이중 폭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고, 타인을 위해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돌아보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서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는 뭔가? 영화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나?

정의라는 말이 풍기는 위선의 냄새가 싫고, 정의의 이름으로 너무나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기도 한다. 정의(Justice)를 정의(Define)하는 것보다 정의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벌어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마련하는 일이 훨씬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좋은 영화는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뭔가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영화는 의미를 지닌다.

레드 컬러 재킷과 스커트, 슈즈는 프라다 (Prada).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동두천>이 이곳에서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수상했고, 한국 여성 감독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 위원으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로에베의 샛노란 드레스를 입고 <아메리칸 타운>을 상영하러 다녀왔다. 세상에 어떤 영화가 더 많아지길 바라나?

누드화는 남성 화가가 여성을 대상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예술이다. 식민 제국이 피식민지의 원주민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도 같은 원리다. 여전히 선진국의 관광객은 제3세계 어린이를 아무렇지 않게 피사체로 삼아 들여다본다. 영화의 역사 또한 권력의 역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피사체에 머물던 존재들이 카메라 뒤에서 주체로 활약한 작품이다. 그런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만 우리에겐 더 많은 불편한 영화가 필요하다.

UCLA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버드대학 시각예술환경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친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자 미국 언론 <버라이어티>가 영화 학교를 대상으로 선정한 최우수 교육자로도 꼽혔다. 학생들을 보며 자주 하는 생각은?

무섭다(웃음). 20년 전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어느덧 IT와 미디어 회사의 중역이 되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영화를 제작해 문화를 주도하거나 의회에서 정책을 펴기도 한다. 세상이 주목하는 중요한 자리에서 내 수업 시간에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인용하는 학생을 보면 그때 내가 뿌린 씨앗이 어떻게 열매 맺는지가 극명하게 보인다. 무섭다. 그러니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지 확실하게 정립된 상태에서만 교단에 서야 한다. 물론 그런 치열한 환경에서 내가 덕을 본 것도 많다. 끊임없이 배우게 되고, 정말 다양한 자극과 영감을 얻게 되니까. 학생들을 통해 시대에 부응하는 예술가로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오버사이즈 레더 재킷은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오버사이즈 레더 재킷은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드문드문 미국 생활의 면면을 공개하는 SNS를 보면 텃밭을 가꾸며 느끼는 보람도 큰 것 같다.

내가 소유한 모든 것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아닐지(웃음). 팬데믹 시기에 귀찮아서 뒷마당에 파묻은 과일과 채소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는 것을 보고 그 생명력이 귀하고 반가워 본격적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숲을 이뤘다. 텃밭에 자라는 작물이 못해도 50종은 되고, 꽃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삽으로 퍼내야 할 정도다. 매일매일 작업량이 엄청나지만 서재에 앉아 나부끼는 나뭇잎과 꽃잎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불순물이 다 씻기는 듯 개운하다.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행복이다. 덕분에 반가운 손님도 늘었다. 꽃과 열매가 움트니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산비둘기와 매가 날아오고, 다람쥐, 너구리, 주머니쥐도 드나든다. 농약도 안 치고 엄청난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환경만 잘 갖추고 나니 전부 알아서 잘 자란다. 참 신기하다.

다음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가드닝 북이 될 수도 있겠다.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별일이 다 생기니 말이다. 뿌린 대로 쑥쑥 커서 놀라운 생태계를 이루는 정원을 보고 있으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든다. 무언가를 양분 삼아 하나의 존재가 끈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은 언제나 대단하고 애틋하다. (VK)

류가영, 2023년 12월 5일

미국 위안부 VR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소요산>에 대하여 - 보그 코리아 2022 신년호

Published December 22, 2022 - Full Article

에디터: 김나랑 | 포토: 싸이언 필름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 <동두천>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이 공개됐다. 소외된 여성의 아픔에 강력한 체험을 전하는 이들 작품은 유수의 영화제 수상을 제하고도, VR이 필히 나가야 할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김진아 감독의 VR 작품 <소요산(Tearless)>이 제27회 제네바국제영화제 가상현실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 <동두천(Bloodless)>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동두천>은 1992년 미군이 기지촌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해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을 주목하며, 2017년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수상했다. 김진아 감독은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여성 감독 최초로 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소요산>은 ‘몽키하우스’가 배경이다. 몽키하우스는 1970년대 초, 성병에 감염됐다고 추정되는 기지촌 여성을 고립시키고 치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미군이 운용한 낙검자 수용소의 별칭이다. VR 장치를 통해 <소요산>을 관람했다. 360도로 구현된 몽키하우스에 들어가는 것 자체부터 식은땀이 나고, 한 여성(배우 김보령)의 공허한 눈빛을 마주하자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이 강력한 체험은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할 수 있다.

김진아 감독에게는 ‘아시아 여성 최초’란 수식이 늘 따라다닌다.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9년 캘리포니아예술대학교 대학원 영화 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시각예술환경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친 최초의 아시아 여성이고, 현재 아시아 여성 최초로 UCLA 영화과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감독으로선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을 해왔다. 1999년 단편영화 <빈집>으로 데뷔했고, 2002년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1995년부터 2000년까지 낯선 이국 생활을 기록한 비디오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실험 다큐멘터리), 2003년 극영화 <그 집 앞>(섭식 장애를 가진 여성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2007년 극영화 <두번째 사랑>(베라 파미가, 하정우 주연의 영화로 다른 인종·국적·계급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멜로드라마. 최초의 한미 합작 영화로 이창동 감독 제작, 마이클 니만 음악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9년 다큐멘터리 <서울의 얼굴>(삼풍백화점이 무너진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급변하는 서울을 기록한 비디오 에세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프랑스에서 서적으로 출판됐다), 2014년 극영화 <파이널 레시피>(양자경, 헨리 주연의 한중 합작 영화. 베를린국제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 개막작으로 중국에서만 3,000여 곳의 개봉관에서 상영했다)를 만들었다.

김진아 감독의 다음 도전이 VR이었다. 여성을 고통으로 질주하게 만든 역사와 사건에 대해 감독은 부채 의식을 느껴왔다. 25년간 극영화로 만들어보려 했으나 문제(재현 윤리)에 부딪혔고, 그렇기에 VR을 선택했다. 타인의 불행에 대한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체험이 될 수 있어서다. 김진아 감독의 <동두천>과 <소요산> 제작기는 잊지 말아야 할 여성의 이야기기도 하다.

<동두천>과 <소요산>은 미군 위안부 VR 3부작 중 일부죠. 당신은 대학교 1학년이던 1992년, 주한 미군의 기지촌 여성 살인 사건을 접합니다. 당시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 살해된 여성의 사체 사진을 공개했는데, 여성의 몸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것에 부채를 느꼈다고 들었습니다. 25년간 계속된 죄책감이 3부작의 출발점인가요?

부채감이 출발점이 된 것은 맞습니다. 당시 다니던 대학 캠퍼스 곳곳에 관련 대자보가 붙었고, 그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제 동성의 동기들은 참혹하게 살해된 여성의 이미지가 공개된 대자보를 마주할 때마다 할 말을 잃고 망연히 서 있곤 했죠. 사건 자체에 대한 분노도 컸지만, 피해자 여성의 이미지가 무한 복제되어 여성 자신이 아닌 다른 ‘대의’를 위해 사용되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만, 당시로서는 그 분노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와 언어를 찾지 못했고, 언어를 찾지 못해 분출되지 못한 분노가 제 무력함에 대한 죄책감, 피해자에 대한 부채감으로 내면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필모그래피가 다양합니다. 한중 합작 상업 영화인 <파이널 레시피>, 개인적인 에세이 다큐멘터리 <서울의 얼굴>, 또 VR 영화도 작업했죠. 이에 대해 “미술을 전공했기에 보통의 영화감독과 태도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감독이 장편 상업 영화를 목표로 삼는데, 나는 크레용으로 그리든, 유화를 그리든, 설치 작품을 만들든, 그때 맞는 미디어 매체를 찾아서 표현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동두천> <소요산>은 VR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VR 매체를 2016년 가을 처음 접하며 바로 깨달은 것은 이 매체의 미학적 기조가 일반 2D 영화와 같은 ‘관음’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점입니다. 장편 극영화를 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그 심리적 기제가 관음이기 때문이죠. 눈앞에서 폭탄이 떨어져도, 사람들이 좀비에게 물려 죽어가도 팝콘을 먹을 수 있는 건, 스크린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심리적 거리 때문이에요. VR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비록 ‘가상’일망정 관객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공간에 정말로 있는 것처럼 느끼거든요. 이런 2D 영화와 VR의 본질적 차이를 깨닫는 순간, 25년간 극영화로 만들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같은 문제(재현 윤리)에 부딪혀 포기했던 그 살해 사건 이야기를 드디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VR 매체라면 관객에게 사건과 여성의 몸을 볼거리로 제공하지 않고, 그 사건의 공간과 시적으로 재건한 내러티브를 ‘경험’ 혹은 ‘체험’하게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 거지요.

<소요산>에는 몽키하우스가 등장합니다. VR 헤드셋을 착용한 관객은 몽키하우스 건물로 들어가 공동 침실, 화장실, 식당, 치료실 등을 체험합니다. <동두천>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던 중 몽키하우스를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당시 어떤 느낌이었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나요?

몽키하우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소요산 낙검자 수용소는 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야기하는 중요한 곳이라 <동두천> 사전 조사 때 가장 먼저 방문했어요. 처음 건물 앞에 섰을 때 느낌은 ‘어떻게 이게 아직까지…’였습니다. 단순히 건물이 오래되고 낡아서가 아니라, 건물에서 무언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기운이 마당부터 서려 있어요. 몇몇 스태프는 들어가기를 꺼릴 정도로 내부 역시 음산합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럽게 훼손되고 자동차 보닛부터 찢어진 이불, 테이크아웃 커피 종이컵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어요. 처음 방문한 2016년만 해도 나무 문짝 등이 성하게 달려 있었는데, 그 후 다시 방문할 때마다 하나둘 사라졌고 훼손과 낙서의 정도도 더 심해졌고요. 2020년 여름의 역대급 장마 이후로는 과연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 버틸까 염려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제작자 조수아 피디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경악할 일이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남아 있다는 사실 역시 참혹하고 끔찍했습니다. 사용이 중단된 후로는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기약 없이 방치된,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림자 같은 장소니까요.

<동두천>은 “방에서 피 흘리며 혼자 죽어가는 여성과 함께하고 싶어서 그 방을 모티브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죠. 그래서 피해자의 방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아 그 동네의 다른 여인숙에서 촬영했어요. <소요산>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과 준비 과정이 궁금해요.

2년 정도의 사전 조사가 끝나고 가장 공들여 고민한 부분은 이 건물에 어떻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접근해야 옳은지였습니다. 영화의 시각적 주인공이 수용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으니 건물을 대하는 태도가 전기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대상 인물을 접근하듯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말했듯이 훼손이 너무 심각했는데, 2020년에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담아야 옳을지, 조금이라도 이전의 모습을 찾도록 쓰레기 정도는 치워야 옳은지 등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원래부터 이 건물에 속한 것이면 어떤 쓰레기나 잔해도 건드리지 않는 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건물에 원래 속하지 않고 후대 사람들이 밖에서 갖고 들어온 쓰레기는 치우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사실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부패되어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함께 치우는 동시에 건물의 창이나 벽에서 떨어진 것이면 유리 조각 하나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했거든요. 미술팀과 촬영팀, 제작팀, 연출팀까지 모두 저와 뜻을 같이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소요산>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빗소리 등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요산>의 영문 제목 ‘Tearless’와 관계가 있나요?

아이러니를 제목에 집어넣기를 좋아합니다. 한글 제목보다 먼저 만든 <그 집 앞>의 영문 제목은 ‘Invisible Light’이고, <두번째 사랑>의 영문 제목은 ‘Never Forever’예요. 미군 위안부 3부작 역시 한글 제목보다 영문 제목을 먼저 만들었어요. <동두천>의 영문 제목은 ‘Bloodless’이고, <소요산>의 영문 제목은 ‘Tearless’예요. 저는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액체, 특히 고통받을 때 흘러나오는 액체가 피와 눈물이라는 사실에 집착합니다. <동두천>에서는 직접적 사인이 출혈 과다였던 윤금이 씨가 죽어가면서 흘린 피, <소요산>에서는 몽키하우스에서 수많은 여성이 흘렸을 눈물을 역설적으로(…less …없는)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소요산>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관객에게 시간 여행을 하게 해 낙검자 수용소로 쓰이던 과거를 보게 하고, 갇혀 있던 여자의 현존을 알립니다. 그 물소리는 마지막 신에서 끝내 비(눈물)로 쏟아져 관객을 압도합니다.

<소요산>에서 360도로 비 내리는 장면은 구현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2017년 <동두천>을 작업할 때에 비해 VR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소요산>에서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술이 발전했지만 예산과 시공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실사(Live Action)로 촬영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거니와 실사의 질감을 유지하면서 3D로 하는 CG 작업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비 작업은 촬영 후 바로 영국의 ‘The Mill’, 미국의 ‘NightLight Labs’ 등 쟁쟁한 후반 작업 업체에 맡겨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결과물에 흡족할 수 없었습니다. 기능적으로 ‘비가 온다’는 것을 알게 하기에는 충분한 영상이었지만 감성이 붙지 않았거든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포기하고 마무리 색 보정 작업을 하러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마무리 작업을 도와주던 ‘벤타VR’의 김기현 팀장이 기술적 한계로 시나리오가 바뀐 사실을 너무 안타까워했어요. 결국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고, 성공했습니다. 영국, 미국, 호주의 큰 업체가 포기한 작업을, 한국의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인 벤타VR이 고농도의 기술력과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거죠!

일반 극영화와 VR 영화를 비교하면 감독으로서 필요한 역량이 달라지나요?

달라지죠.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역량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창작물과 관객의 관계에 대한 철학이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겠어요. 극영화를 공부하고, 만들고, 가르치면서 늘 생각하는 점은 2D 극영화만큼 창작자의 독단이 작품의 미학적 근간이 되는 매체는 없다는 겁니다. 일단 카메라로 프레임을 잡는 순간 그 직사각형 (프레임) 바깥의 세상은 다 버려집니다. 관객은 감독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인물과 풍광과 사물만 수동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구축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면서, 관객이 순차적으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감독은 미리 다 정해놓을 수 있게 되었죠. 360도 VR은 다릅니다. 관객이 어디를 볼지, 또 무엇을 먼저 볼지 감독이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VR 매체는 2D 영화보다는 오히려 관객이 가운데에 모여 있고 배우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극장 전체를 마구 휘젓고 다니는 실험 연극에 가까워요.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영화감독이 VR을 시도해보고 도망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동두천>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소요산>으로 제네바국제영화제의 ‘가상현실 경쟁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2017은 VR 원년이라고 불리던 때였어요. VR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지금의 메타버스 붐에 비견할 정도로 전 세계를 흥분시켰죠. VR은 비디오게임에 가깝지 영화적인 매체는 아니라는 보수적인 의견을 베니스국제영화제가 VR 공식 경쟁 부문을 신설하면서 화끈하게 묵살하기도 했고요. <뉴욕 타임스>를 위시한 언론 매체는 VR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사회변혁을 위한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환호했습니다. 그해에 3대 영화제 중 최초로 만들어진 베니스의 VR 경쟁 부문에서 <동두천>이 수상하고, 이어 <필름메이커> 매거진에 의해 ‘2017년 VR 영화’로 선정되자, 저 역시 늘 꿈꾸던 민주적인 미디어, 새로운 형태의 공감-기계라는 것이 VR로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가졌고요. 그런데 몇 해 지난 지금, 예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VR 기술이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공감-기계(Empathy Machine)’ ‘사회변혁을 위한 매체(Media for Social Change)’ 등 기존에 VR을 묘사하던 키워드가 많이 퇴색한 것 같아요. 더구나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의 VR은 애니메이션이 대세였고, 실사 VR이나 VR 다큐멘터리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라 <소요산>이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베니스에서 거둔 수상보다 더 기뻤어요. 물론 2009년 장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고, <서울의 얼굴>이 좋아하는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작품과 나란히 상영돼, 개인적으로 각별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은 말할 필요도 없이 영광스럽죠. 하지만 제네바에서의 수상은 거대 자본이 들어간 비디오게임과 현란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주류인 상황에서 시류를 거슬러 고집스럽게 만든 작품이 끌어낸 성과라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두천>의 베니스국제영화제 ‘베스트 VR 스토리상’ 수상 당시, 한국과 외국 관객이 느끼는 점이 달랐다고 말했죠. “한국 관객은 동두천이란 장소에 들어간다는 공포가 강한 반면, 외국 관객은 지적인 관점에서 보았다.” <동두천> <소요산>은 한국인이 직접적으로 마주한 역사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기지촌 여성을 올바르게 다룬 작품은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들의 삶을 더 공론화해야 할까요?

사실 기지촌 여성이라고 불리는 미군 위안부에 관해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에요. 축소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미군 기지가 있고, 그 주변에 미군의 편의를 위해 세워진 기지촌이 있어요. 주한 미군 문제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이슈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영화가 못 나오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치, 역사 같은 거대 담론을 떠나서 이 여성들의 인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봐요. 21세기 들어 트랜스내셔널한 (초국가적인) 한국인이 점점 늘고 있어요. 조기 유학을 떠나 이중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며, 자의에 의해 노마드로 살아가는 신인류가 대한민국에 만들어진 것이죠.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환영받는 인재예요.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한국 사회가 이렇게 잘살기 전, 한국과 미국, 양국에 이용당하고 버려져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기지촌 여성들, 그분들의 혼혈 자녀가 있어요. 한때 대한민국 GDP의 25%를 외화로 벌어들였다는 이 여성들의 삶을 공론화하지 않고서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어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이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데 말이죠.

2009년 <피플 인사이드>에서 “아시아인, 한국인, 여성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그것을 잔인할 만큼 정직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한다”고 인터뷰했죠. 여전히 유효한가요?

미국과 한국에서 교육자와 영화감독으로 살아온 25년 동안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지만 21세기가 5분의 1이나 지나간 지금도(!) 백인 남성 중심인 세계에서 아시아인 여성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아요. 하버드대학에서는 시각예술환경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친 최초이자 유일한 아시아 여성이었고, 지금 일하는 UCLA 영화과에서도 종신 교수가 된 첫 아시아 여성이에요. 영화 산업 속에서도 제 일터의 대부분은 백인 남성으로 가득해요. 고리타분한 논의 같지만 조금만 한국을 벗어나면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여성이라는 사실, 피부색으로 정체성이 정의되는 세계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중요함을 절감해요. 단순히 유리 천장을 깨겠다는 외연적인 확장의 시도나, 피해자 서사를 반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자기 자신을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일이라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잔인할’ 만큼 ‘정직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어요.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소요산>을 상영합니다. 모바일 증강 현실로 구현되고, 메타버스 가상 공간에서도 선보이죠. 더 많은 관객이 <소요산>을 접할 기회인데, 이 작품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관람 시 주의할 점이 있나요?

어쩌다 보니 상업 극영화부터 비디오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작품을 했고 가상현실, 메타버스라는 최첨단 기술까지 실험했지만 사실 저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이에요. 강력한 서사를 가진 논픽션 영화가 주는 명징함에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어요. 다만 이 미군 위안부 문제만큼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떠나 이분들의 고통에 공감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지적으로 이해하거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기보다는 그냥 피부로, 귀로, 가슴으로, 그렇게 감각으로 먼저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무언가를 진정으로 느낀다면 의식의 변화는 자연히 찾아오니까요. 그리고 개개인의 의식 변화는 기필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아무 기대 없이, 사전 지식 없이 와도 좋습니다. 다만, VR 관람은 360도를 다 보셔야 하는 것이니, 회전의자에 앉아 몸을 적극적으로 돌리길 당부드려요(웃음).

<소요산>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미군 위안부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아마도 3부작 중 제일 시각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때 남한에는 96개의 기지촌이 있었고 그 기지촌과 미군 기지를 합친 면적은 남한 가용 면적의 17%에 육박했어요. 그 모든 기지촌을 방문해 가상현실로 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3부는 <동두천>이나 <소요산>처럼 한 지역에 집중된 이야기라기보다 좀 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일반 영화 작업도 추진 중이에요. <소요산>을 만들고 나자 이 주제를 일반 극영화 매체로 어떻게 풀어낼지 어렴풋한 감각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영화는 1970년대 초부터 2017년까지, 기지촌 안팎을 둘러싼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는 내용인데,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 모두의 삶이 어떻게 미군 위안부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제까지 저의 모든 작품이 그랬듯, 또다시 한미 양국을 오가며 만드는 국제 합작 영화가 나올 것 같아요.

10년 전, 감독으로서 꿈을 묻자 “가장 개인적인 얘기가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특수한 얘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어요. 그 바람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은 1960~1970년대 여성주의자들의 모토인데 10년 전에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정직하고 성실한 작품, 자화상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만든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나 자신이라고 느껴져요. 그만큼 창작이란 작업은 껴안는 사람만이 생산하는 거죠. 학생들을 가르칠 때 “Why me?” “Why now?” 라는 두 질문에 대한 절박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내게도 똑같이 요구해요.

2014년 하버드대학교 최고 교육자상 수상, 2018년 <버라이어티>의 세계 최고 영화 교육자 10인에 선정됐죠. 현재 UCLA 영화과 종신 교수인데, 창작 활동과 별개로 영화 학도를 교육하는 일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교육 철학도 궁금합니다.

사실 예술교육이란 것은 단순해요. 그저 각자의 고유성을 꽃피우도록 도움을 주는 일에 불과해요. 영혼의 고유성이야 이미 갖고 있고, 그것이 적절한 형식을 찾을 수 있게, 더 나아가 그의 목소리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생의 일이겠죠. 물론, 그 ‘적절한 형식을 찾게’ 돕는 일에는 급변하는 현대 기술 문명과 가치를 준비시키는 일도 있어요. 제가 2022년 하는 강의는 팬데믹 기간 미국 내에서 일어난 동양인 혐오 범죄 관련 데이터와 통계를 시각화·예술화하는 AR 수업이에요. 2017년 미투 운동으로 움트고 2020년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부터 퍼져 나간 미국 사회의 의식화는 젊은 세대를 영원히 변화시켰어요. 이에 새롭게 눈뜬 학생들이 영상 매체를 사회변혁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명해요. ‘Visualizing Anti-Asian Violence’ 라는 제 AR 수업은 그런 학생들의 열망에 대한 답변인 동시에, 자연과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연구소(Lab) 형식으로 자율적인 교육 방법을 구축하고 싶은 저의 시도이기도 해요. 사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영민한 데다가 인터넷으로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라 지식적인 면, 기술적인 면은 가르칠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늘 그들의 유능함에 감탄하며 배웁니다. 하지만 젊고 미숙한 예술가를 잠재적 거장으로 바라보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일은 선생님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영화 만드는 일만큼이나 정원 가꾸기가 제 일상을 많이 차지하는데, 교육은 깨알같이 작은 꽃씨를 심고, 물을 주고, 해를 비춰주고, 기다려주는 일과 비슷해요. 꽃이 피는 것을 볼 때의 경이로움은 모든 고생을 잊게 하죠. 꽃처럼 사람이 피어나는 것도 볼 수 있는 저는 정말 행운아예요. (VK)

'소요산' '동두천' 김진아 감독, VR을 통해 여성 재현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했다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1-07-14

“욕망과 디아스포라”. 2019년 뮌헨에서 열린 김진아 감독의 회고전의 타이틀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정확히 요약한다. 유학 생활 6년 간 거식증을 포함한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후 157분의 비디오 에세이로 편집해 탄생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사랑하는 남편과 관계에서 임신이 잘 되지 않자 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와 비밀리에 잠자리를 갖는 중년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주인공인 <두번째 사랑> 등 김진아 감독의 영화는 늘 여성의 욕망과 이방인의 정서를 담고 있었다.

그가 만든 VR 영화 연작 역시 여성주의와 타자성과 관련이 깊다. 1992년 주한미군 윤금이 씨 살해사건을 다룬 <동두천>, 1970년대 초 성병에 걸렸다고 의심받는 기지촌 여성들을 감금하고 치료했던 ‘몽키 하우스’가 배경인 <소요산>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에 해당한다. UCLA 영화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아 감독이 현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포함한 일로 한국에 체류 중이란 소식을 듣고 만남을 청했다. <동두천> <소요산>을 감상할 수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XR 섹션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는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 7월 18일까지 열린다.

-워낙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비디오 아트와 설치 미술, 독립영화와 대기업 스튜디오 영화를 자유롭게 오갔던 터라 VR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처음에 VR 작업을 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

=원래 미술을 전공했다 보니까 이 내용은 판으로 찍었으면 좋겠다, 설치 미술로 해야겠다, 퍼포먼스용이다 하면서 매체를 자유롭게 도구로 사용하는 경향은 분명 있다. VR은 2016년 처음 붐이 일어났을 땐 다른 극영화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크게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VR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 모더레이터를 맡게 된 거다. 잘 모르면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참석자들이 발제하는 글을 미리 읽고 준비하다 보니 VR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마치 유레카처럼, 내가 그토록 영화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윤금이 이야기를 VR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파바박! 하고 들었다.

-감독님에게 주한미군 윤금이 씨 살해사건이 큰 숙제였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내가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던 1992년에 윤금이 사건으로 학교가 시끌시끌했다. 내겐 너무 큰 사건이었다.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 개인이 처절하게 살해된 사실 자체가 묻혀버릴 뻔했다는 것, 무엇보다 그 이미지를 직접 사용한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한 여성이 죽은 모습을 세상에 보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폭력이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모든 언론에 그 이미지가 나갔다. 폭력의 재현은 보는 사람에게도 그 피사체에게도 굉장한 폭력이라는 생각을 그때 직관적으로 했다. 왜 이 이미지가 포스터나 데모할 때 돌리는 전단지에 나와야 하는가에 대해 항의도 많이 했는데, 결국 학생회에서 돌아오는 답은 “위에서 그렇게 결정이 났다”, “이미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고 같은 여성으로서 너무 아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이 훼손된 사체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미지를 착취하며 그 반대가 됐으니까. 그 사진을 사용해야 한다고 끝까지 우겼던 사람들의 입장은, 이 정도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결국 한미관계 역사상 최초로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은 한국 법정에 섰고 실형을 받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승리라고 생각한다.

=전단지에 있는 말도 안 되는 영어 문구로 된 이상한 슬로건이 몸에 낙인을 찍는 것처럼 베였다. 이 사건이 창작을 하는 내게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시아, 그것도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이구나. 언어의 제국주의를 당해내지 못해서 얼렁뚱땅 영어로 된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후기 식민주의 사회의 한 존재라는 게 너무 강렬하게 체화됐고 이후 내가 만든 모든 작품도 결국 그 얘기였던 거 같다. 윤금이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매번 같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미지를 착취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없었다. 기본적으로 2D 시네마 매체 자체에 우리가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심리학적 기제가 관음이다. 자본주의 사회와 결탁해서 영화로 장사를 하면 결국 폭력과 섹스를 벗어날 수 없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영화 문법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VR을 체험하고 난 후 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고 불이 딱 켜지듯 생각이 든 거다. 그렇게 <동두천>을 만들었다. 내가 VR을 하게 된 건 1000%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소요산>은 1970년대 초 설립된 기지촌 여성들을 감금하고 치료했던 ‘몽키 하우스’를 담았다. 이 소재는 어떻게 발견했나.

=2015~16년 사이에 촬영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다니며 자료 수집을 하다가 몽키 하우스에 가게 됐다. 아주 어렴풋이 정부가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하고 낙검자들을 관리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건물이 그렇게 멀쩡하게 남아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한국사회가 잘 살게 되면서 한때 낙후됐던 동네를 완전히 싹 밀어내고 고층 빌딩을 올려서 다시 알아볼 수 없는 동네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와중에 기지촌 여성들의 슬픔과 고통이 맺힌 장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너무 희한했다. 이 건물을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게 너무 초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미군 위안부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VR 매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나.

=영화는 감독의 편집에 의한 거의 강압적인 주체성이 있다. 감독이 보여주는 것만 관객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다큐멘터리를 가르칠 때 중립적인 프레임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프레임을 잡는 순간 그 밖의 세상은 모두 버리는 거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독단적이고 남성적이고 반민주적인 매체다. 그에 반해 VR은 감독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관객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되게 난감해하는 감독들도 많은데 오히려 난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실험연극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궁극적으로 <동두천> <소요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게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어떤 시공간에서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쓰러져서 없어진 분들이다.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 불러도 좋고 유령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 어쨌든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 안에서 떠도는 존재들이다. 이 분들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맞을까, 보여주지 않는 게 맞다.

-당신의 작품에는 늘 유목민으로서의 시선이 녹아있거나, 욕망하는 여성을 다뤘다. 이 테마가 <동두천> <소요산>에는 어떻게 연결이 되고 바뀌었나.

=어느 나라건 20대 여성이라면 내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뿌리내릴 수 없는 여성의 정체성을 기록한 게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였다. 난 실제로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유목적인 삶을 살았다. 욕망과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야기는 <그 집 앞>과 <두번째 사랑> 같은 극영화에서 더 강해졌다. 여성들에겐 주어진 한계가 분명하게 있는데, 그런 금기나 사회적인 제약을 깨게 하는 것은 결국 욕망이고 그게 멜로드라마의 본질이다. <두번째 사랑>에서 소피나 지하가 하는 행동은 결국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다. 욕망 때문에 선을 넘고 나면 원래 갖고 있던 자기 정체성에 대한 향수가 생기고 분열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디아스포라다. 그런데 여자는 나이가 들면 행복해지는 게 있다. (웃음) 개인의 분노가 사회로, 나보다 더 변방에서 타자로 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했다. 미국에서 종신교수가 되면서 이 생각이 더 강해졌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립대 교수로서 여러 가지 사회 활동을 하면서 내가 누군지, 내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도 봤다. 그리고 한미 관계에서 사라진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두 언어를 다 쓰는 사람들이 쿨하고 멋있다고들 하는데, 사실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쌍둥이 같은 존재가 미군 위안부와 기지촌 여성들이다. 한미 관계 속에서 철저하게 버려지고 소외당하고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짜 유목민이다. 기지촌을 평생 떠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디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완벽한 유목민들. 어렸을 때는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면, 나이가 들고부터는 내가 아니면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작품 세계도 변한 것 같다. <동두천> <소요산>엔 전작과 다른 에너지가 있다.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찍었다면, <동두천> <소요산>은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기 위해 몸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는 시각 예술가로서 작업하던 때라 진짜 래디컬한 생각을 많이 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실험하는 작품도 많이 기획했고, 그중 하나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였다. 서사로 풀어가는 극영화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보여줘서는 안 됐다. 미군 위안부 3부작의 미학적 전략의 키워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몸의 부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제나 재현 윤리의 한계에 봉착한다. 몸을 보는 순간 생기는 많은 심리적 기제들은 이미 세상이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에 내가 멈출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보여주지 않는데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그리고 아주 불편하다.

-자신의 몸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던 초기작의 경험이 있어서 몸의 부재로서 몸을 이야기하는 지금의 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음, 맞는 것 같다. 워낙 내 몸을 재료로 너무 미친 짓을 많이 해봐서. (웃음) 보여준다고 해도 남성적 시선과는 다르게 보여주는 것 같고. <그 집 앞>에서 여성이 혼자 자위를 하다 오르가슴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6분짜리 롱테이크 신이 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충격을 많이 받았다. <두번째 사랑>에서 소피가 먼저 옷을 벗는 신도 남자들이 되게 불쾌해했다. 여성의 몸이 보여지는 관습과 전통이 있는데 그것을 따르지 않아서 불편한 거다.

-헨리와 양자경이 나온 한중 합작 영화 <파이널 레시피>는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요리 대회 이야기다. 김진아 감독의 작품 중 유일하게 여성의 신체에 관한 영화가 아니며 CJ E&M과 함께 작업했다.

=<두번째 사랑>을 만들고 나서 여러 투자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미 합작 영화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니 제작자로 참여를 하거나 개발 단계만이라도 도와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파이널 레시피>는 처음에 크리에이티브 제작자로 시작했던 작품이다. 그러다 이 프로젝트의 끝을 보고 싶다는 오기도 생기고, 언어의 제국주의를 깨보고 싶다는 야심도 있었다. 미국에서 영어 제국주의는 정말 뼈에 와닿는 이야기다. <미나리>는 영어 대사가 거의 대부분인데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나. 아시안은 영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미국은 전 세계 어딜 가서도 영어 영화를 찍는다. 중세시대 프랑스가 배경인데 영어를 쓴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데 할리우드니까 용인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영국 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오만과 편견>에 버금가는 중국의 고전을 중국어로 찍게 하는 건 가능할까? 백인들이 그렇게 하는 건 되고 아시안은 그렇게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걸까. 그래서 밀어붙인 게 <파이널 레시피>였다. 어쩌면 인종문제보다도 더 오래갈 영어 제국주의 문제를 상업영화에서 꼬아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평소 미국과 한국에 체류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나.

=작년엔 정확히 반반 있었다. UCLA 종신교수가 된 후에는 한국에 오래 있지는 못했는데, 작년엔 <소요산>의 후반 작업과 집안일 때문에 한국에 있어야 했다. 어차피 팬데믹 상황이라 줌으로 수업을 한다면 한국에 있어도 괜찮지 않냐고 학교에서 이해해줬다. 그런데 말이 쉽지 진짜 죽을 맛이더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강의를 한다는 게…. (웃음)

-하버드대학교에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연출, 한국영화 이론을 강의한 걸로 아는데, 지금 UCLA에서 어떤 걸 가르치나.

=UCLA의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학과에서 영화를 담당한다. 연출 수업도 하고 내가 좀더 특화되는 영역은 트랜스내셔널 시네마다. 트랜스내셔널 시네마는 트랜스내셔널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 사람들의 정체성은 20세기의 모순과 연관되어 있다. 경제적 이유로 했던 이민,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신매매, 입양, 난민, 전쟁…. 영화적인 매체를 통해 사회 변혁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학생에게 가르치는 일도 한다.

-해외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은 한국영화나 트랜스내셔널 시네마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갖고 있나.

=트랜스내셔널 시네마는 공감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니까. 하버드에서 한국영화를 가르치던 2005~2006년에는 좀 배운 게 많고 가방끈이 긴 학생들이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웃음) 유럽에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나 이창동 감독의 예술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2013년에 다시 하버드로 갔을 때는 평범한 미국·영국 백인 학생들이 그냥 제작 수업인데도 한국영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나도 잘 기억이 안 나는 예술영화까지 찾아보더라. <기생충> 이후에는 한국이 문화 선진국, 영화의 제1세계라는 인식은 너무나 만연해 있다. 외국어 영화라는 단서를 달지 않아도 좋은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여러 자리를 통해 김진아 감독의 작품을 돌아보고 특히 젊은 여성들이 영향을 받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의 재능 있는 2~30대 여성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고 멘토링 하는 것을 좋아한다. UCLA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기금을 만들어 매년 아랍계 여성 5명을 뽑아 장학금과 생활비를 대겠다고 했다. 세계 평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랍 여성들이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찡했다. 지금 한국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2~30대 여성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정당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건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들의 영화도 계속 나와야 한다. 최근 한국 여성 감독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너무 반가운 일이지만 왜 상업영화는 여전히 남성 위주인지,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바꾸어나갈지 신랄하고 솔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악순환 구조가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다.

밤거리에 나 홀로, 한국 여성이 유독 무서워하는 이유는

한국 관객이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 상상도 못했다
타인의 고통을 체험하는 한 번의 경험 
베니스국제영화제 베스트 VR 스토리상 
'동두천' 김진아 감독 인터뷰

‘동두천’

‘동두천’

[매거진M] 집 앞을 어슬렁거리는 강아지 한 마리. 이어 동두천시 외국인 관광특구 거리가 낮에서 밤으로 바뀐다. 미군들이 동두천 밤 거리를 지나간다. 그리고 들리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살짝 고개를 돌리면 짧은 원피스에 점퍼를 걸친 여자가 걸어간다. 계속 되는 하이힐 소리를 따라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순간, 조금 전 그 여자가 나를 통과해 지나간다. 놀라 뒤를 돌아보면 여자가 처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자마자 장소는 초라하고 낡은 여인숙 방으로 바뀐다. 곧이어 병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방바닥 구겨진 이불 속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또각또각 또 다시 들려오던 하이힐. 거울 속에 누워있는 여자의 시체가 보인다. 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다. 콜라병들이 어지럽게 놓인 누런 장판에 피만 흐를 뿐이다.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Best Virtual Reality Story)상을 수상한 ‘동두천’의 내용이다. ‘김진아의 비디오일기’(2002) ‘두 번째 사랑’(2007) ‘파이널 레시피’(2014) 등을 연출한 김진아(44) 감독은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성 노동자, 일명 윤금이 사건을 모티브로 12분 길이의 VR(가상현실)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었다.  
  
지난 6월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동두천’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 9월 13~14일 이틀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상영했다.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과 재현의 윤리를 다루는 고민들. 김진아 감독과의 인터뷰는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M234_영화 ‘동두천’

M234_영화 ‘동두천’

━첫 VR 작품으로 92년 일어난 윤금이 피살 사건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면.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굉장히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당시 정치계, 여성 단체, 반미 운동 단체, 학생운동 단체 등이 모여 범인을 한국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시위 했다. 얼마 후 이들은 윤금이씨 시신 사진을 대중에 공개할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사진을 공개해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여야 한다와 피해자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로 나뉜 거다. 결론적으로 윤금이씨 사진은 전국에 노출 됐다. 그때 나는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됐다는 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그 사진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윤금이씨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가 꼭 한번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폭력의 재현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여지더라. 그러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VR을 알게 되면서 일사천리로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공포영화가 아닌데 “무섭다”는 반응이 많다. 소리를 지르고,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가는 관객도 있더라.  
“한국 관객이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 상상도 못했다. 베니스에서의 반응과 정말 다르더라. 가슴이 무겁고 힘들다는 반응은 똑같은데, 외국 관객들은 공포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공포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사람이 살해당한 장소에 있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순 없으니까. 특히 한국 여성 관객이 더 공포심을 느끼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하는 거지? 나는 누구지? 라는 궁금증 때문에 더 두려웠다.  
“VR 기계를 쓰는 순간, 관객은 시선은 있지만, 몸은 없다. 네 눈앞의 모든 게 움직이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게 되는 거다. 굉장히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는 거지. 그래서 VR은 사회문제를 다루기에 정말 좋은 매체다. 시리아 난민과 함께 좁은 보트를 타고 표류할 수도, 눈앞에서 북극곰이 녹은 얼음 위를 올라오지 못하는 걸 직접 볼 수도 있다. 말로 백 번 듣는 것보다 타인의 고통을 체험하는 한 번의 경험이 훨씬 더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타인이 되어보고,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VR의 매력이 정말 잘 드러난 영화였다.  
“범죄가 일어나고, 누군가가 죽고, 그걸 수사하는 영화를 생각해보자. 실재가 아니기에 피해자 인권이나 배려의 문제를 넘어서기가 사실 어렵다. 영화라는 매체가 관음적인 쾌락을 깔고 가지 않나. 또한 우리가 끔찍한 범죄영화를 즐기면서 볼 수 있는 건 영화의 세계는 허구이고, 관객과 스크린 사이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이런 것들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작년에 VR을 접하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이고 싶어졌다. VR은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기 좋은 매체다. 관람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대부분 ‘동두천’을 보면 ‘안됐네. 딱하네’라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이야기가 직접적이고 신랄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내가 의도한 바를 확실히 느끼는 거지.” 
  

━골목길을 배회하는 과정부터 나오는데,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  
“최초 기획은 피해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거였다. 가학적 체험이 아니라 그 방에 여자가 돼 누워있는 거다. 과연 혼자 쓸쓸히 피를 흘리며 죽어갔을 그 여자가 나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여자가 죽어갈 때 누군가 알아주고, 도와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영화에서 여자는 누군가 자신을 봐줄 때까지 골목을 배회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관객과 마주친다. 그리고 관객의 몸을 통과해 자신이 죽어가는 방으로 데려간다. 관객은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니다. 그저 같이 있으면서 여자의 마음을 함께 느끼는 존재인 거다.” 

‘동두천’

‘동두천’

━대사가 많거나 등장하는 장면이 길진 않지만 김보령 배우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김선아 교수님이 추천해 준 배우다. 살해당하는 여자 역할이고, 대사도 없어서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 그때 김보령씨가 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 영화에서 연기할 게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운 겨울에 걷는 연기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나를 제발 알아봐줘’라는 눈빛 연기를 부탁했는데, 돌아선 순간 눈물을 딱 흘리더라. 바로 그거야! 소리쳤다. 정말 좋은 배우를 발견했다.” 

━차기작은.  
“‘동두천’처럼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을 VR로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시리즈를 계획 중이다. ‘동두천’을 함께한 팀과 뭔가를 더 해보고 싶거든. 또한 여자 주인공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도 준비하고 있다. 아마 내년이 안식년이라 한국에 오래 머무르며 작업을 할 계획이다(김진아 감독은 UCLA 영화·방송·디지털미디어학과 종신 교수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동두천’을 볼 수 있다고.  
“부산국제영화제 ‘VR 시네마 in BIFF’에서 ‘동두천’을 상영한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VR영화의 지평을 넓힌 수작"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올해 처음으로 VR 경쟁부문을 만들었다. 영화를 극장에서 다함께 보는 것이 아니라, VR 기기를 쓴 채 각자 영화를 체험하는 낯선 경험을 영화제에서 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이제까지 VR에 대한 그 어떤 통일된 상영 포맷과 공간도 없던 상황.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라자레토 베키오 섬에 있는 창고 건물에 근사한 VR상영관(사진)을 만들었고, 모두 31편을 3개의 섹션으로 나눠 상영했다.  

‘동두천’ 김진아 감독

‘동두천’ 김진아 감독

‘동두천’은 기술과 내용 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VR을 선보인 작품에게 주는 주는 ‘베스트 VR 스토리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존 랜디스 감독은 “‘동두천’은 사회적 이슈를 감각의 영역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VR영화의 지평을 넓힌 수작.”이라고 평했다.  
  
김진아 감독은 “베니스 현지에서 엄청난 과찬을 많이 들었다. ‘동두천’을 본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 무엇보다 베니스국제영화제가 VR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높게 봐준 거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사진=김진아 감독 

 

VR영화 '동두천' 김진아 감독 "피해여성의 고통 느끼길 바랐죠"

"VR 실용화되면 새로운 세상 열릴 것…인류 소통에 기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네온사인 불빛도 꺼져가는 동두천 새벽 거리. 한 여인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좁은 골목길을 걸어간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허름한 여인숙 방안에 들어와 있다. 정면에 보이는 것은 벽지뿐, 그 여인은 온데간데없다.

그러다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이불 밖으로 흘러나온 흥건한 피와 그 옆에 놓여있는 콜라병 2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관객은 그제야 참혹한 범죄의 현장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김진아 감독의 VR(가상현실) 영화 '동두천'이다. 미군에 의해 살해당한 한국여성 성 노동자에 관한 1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최근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VR 스토리 상을 받았다. 베니스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올해 처음으로 가상현실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13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동두천' 상영 행사에서 김진아(44) 감독을 만났다.

'동두천'은 1992년 한국 사회를 큰 충격 속에 몰아넣은 미군 범죄인 '윤금이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어요. 사건도 심각했지만, 당시 피해여성의 이미지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죠."

김 감독은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비극적 이야기나 피해자가 고통받는 이야기를 다룰 때 이미지를 착취하거나 즐기는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이슈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오랫동안 미군 범죄를 다룬 극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폭력을 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번이 막혀 포기했다가 VR을 알게 되면서 마침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기어를 머리에 쓰고 감상하는 VR은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게 한다. 360도를 감상할 수 있어 고개를 위로 올리면 밤하늘이 보이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길바닥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몰입감이 상당하다.

'동두천'은 특정 사건이 벌어지거나, 끔찍한 사체가 등장하지 않는 데도 그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김 감독은 "관객이 방관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을 체화하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이 영화는 특정한 사건을 넘어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힘이 있어 외국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칼 아츠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2002)와 장편 영화 '그 집 앞'(2003)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에는 아시아 감독 최초로 하버드대의 초청을 받아 2007년까지 전임 교원을 지냈다. 2015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영화·방송·디지털미디어학과 종신 교수로 임용됐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하정우와 할리우드 여배우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

"제 작품에는 여성의 몸, 몸의 재현, 그리고 여성의 인권과 주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또 2개 국가, 2개 이상의 언어가 나오죠. 영어로 표현하자면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한 작품이죠. 기지촌 여성의 경우 미국도, 한국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비참한 이방인으로 살아갔다는 점에서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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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VR영화에 처음 도전한 김 감독은 앞으로 VR이 더욱 실용화되면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VR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집을 사거나 가구를 살 때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고 환경문제나 장애인 체험 등도 할 수 있죠.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험을 VR로 해본다면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죠. VR은 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류 소통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약 중인 김 감독은 앞으로 VR영화 시리즈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한국영화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도 준비 중이다.

“타인의 고통 체감해야 비극도 끝나지 않을까”

'윤금이 사건' VR영화로 그려낸 김진아 감독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아 감독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영화 연출을 못하고 있지만, 후학을 가르치는 것도 세상에 기여하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아 감독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영화 연출을 못하고 있지만, 후학을 가르치는 것도 세상에 기여하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경기 동두천 미군기지 주변의 쇠락한 거리. 또각또각 걸음소리가 나지막이 울린다. 어두운 골목 저편에서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다가오고, 관객은 여인에게 이끌려 허름한 여인숙에 다다른다.

깜박거리는 형광등 아래로 널브러진 옷가지와 흥건한 핏자국. 이곳은 여인의 방이다.

관객을 실제 같은 가상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 가상현실(VR) 단편영화 ‘동두천’은 참혹한 비극의 현장을 ‘체험’하게 만든다.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벌어진 미군 범죄 ‘윤금이 살해 사건’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담았다. ‘동두천’은 7일까지 열리는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소개됐다.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신촌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6일 만난 김진아(44) 감독은 “피해자의 여정을 똑같이 되짚으며 시간을 복원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 유학 시절 6년간 촬영한 다큐멘터리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2002)와 실험적 극영화 ‘그 집 앞’(2003)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배우 하정우와 미국 배우 베라 파미가가 출연한 한미합작 영화 ‘두 번째 사랑’(2007)으로 한국 관객에 친숙하다.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미국 하버드대 시각예술환경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 ‘동두천’은 김 감독이 서울대 미대에 다니던 시절부터 품고 있던 주제였다. 사건 당시 대학 1학년이었다. 여성 인권에 무지하던 시대에 ‘윤금이 살해 사건’은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한미 관계의 불평등을 개선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당시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이 사진으로 공개됐는데 가슴이 후벼 파듯 아팠어요.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고민했고 분노했죠.” 1999년부터 극영화를 구상했지만 폭력의 재현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저하다가 VR이라는 매체를 만나 오랜 염원을 풀었다.

“VR 안에서 관객은 시선은 있으나 몸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돼요. 온몸의 감각으로 현실을 느끼게 되죠. 바퀴벌레 입장에서 발에 밟히는 경험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VR은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기 좋은 매체이기도 합니다. 시리아 내전을 기사와 사진으로만 봐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지만, VR을 통해 눈 앞에 총알이 날아다니는 체험을 하면 그 공포를 느낄 수 있죠. 전 세계에서 비극이 끊이지 않는 건, 타인의 고통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VR은 획기적인 소통 매체예요.”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상업영화, 실험적 미디어아트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그림 그리는 사람을 유화 전문과 수채화 전문으로 구분 짓지 않듯 주제에 맞는 매체를 선택할 뿐”이라고 했다. 그림을 전공한 그가 영상예술에 빠져든 것도 “예술이 대중과 소통하며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 감독상을 수상한 데이미언 셔젤(‘위플래쉬’ ‘라라랜드’)의 하버드대 스승이기도 하다. 그의 졸업작품을 지도했다. ‘위플래쉬’가 단편영화로 먼저 만들어져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특강을 위해 수업에 그를 초청하기도 했다. “‘위플래쉬’가 순조롭게 만들어진 게 아닌 걸 아니까 더욱 더 자랑스럽지요. 하지만 이런 말조차 누가 될까 걱정스럽네요.”

이젠 스승이 연출에 복귀할 차례다. 김 감독은 강단에 서는 틈틈이 여성 중심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를 준비해 왔다. 시나리오는 완성됐고 올해 말에서 내년 초 크랭크인을 계획하고 있다. ‘동두천’을 확장해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VR 시리즈도 꾸준히 제작할 생각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Source: http://www.hankookilbo.com/vv/4be1c217fc82...

'윤금이 피살 사건'을 VR로 만든 김진아 감독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VR &lt;동두천&gt;을 선보인 김진아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VR <동두천>을 선보인 김진아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동두천 외국인 관광특구’의 모습을 건조하게 비춘다. 미군 병사들이 샌드위치를 사먹거나, 술집 앞을 오간다. 이어폰을 통해서 어느 여성의 또각또각하는 구둣소리가 자꾸만 들려온다. 관람객은 조금씩 한적한 골목으로 이동한다. 구둣소리를 낸 여성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인다. 노출 심한 원피스 위로 작은 점퍼 하나를 아무렇게나 걸친, 무표정하고 스산한 얼굴이다. 여자는 관람자 쪽으로 곧바로 다가와 마치 유령처럼 지나치더니, 돌아서서 관람자를 45도 각도로 내려다본다. 이제 숨을 골라야 할 때다. 지어진 지 수십년은 된 듯한 초라하고 낡은 여인숙 방, 사람은 없고 촌스러운 꽃무늬 이불만 한 구석에 구겨져있다. 그리고 검붉은 피가 이불 속에서 흘러나와 누런 장판 위로 서서히 퍼져나간다. 거울 속을 보면 아까 그 여자가 누워있다. 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다. 피는 계속 흘러 고인다.

지난주 끝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동두천>은 가상현실(VR)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차례로 극장에 들어가 VR 전용 기어를 쓰고 이 기괴하고 음산한 영상을 목격해야했다. 여기엔 새로운 영상 테크놀로지가 동반하곤 하는 어떠한 시각적 쾌감도 없다. 어느 기지촌 여성의 끔찍한 삶, 그를 통해 드러나는 여성 육체에 대한 학대, 한미 관계의 모순이 나타날 뿐이다.

김진아 감독(44)이 <동두천>의 모티브가 된 ‘윤금이 피살 사건’을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였다. 민족주의자, 반미운동가, 여성운동가, 학생운동가 등이 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된 기지촌 여성의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의 목표는 유사했으나, 방법이 달랐다. 특히 윤금이씨의 시신 사진을 대중에 공개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입장이 갈렸다. 사진을 공개해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여 운동의 범위를 확대하자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고,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김진아는 후자였다. 그리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재현의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 다큐멘터리 <그 집 앞>, 하정우와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극영화 <두번째 사랑> 등 다수의 장편을 내놓으면서도 ‘윤금이 피살 사건’은 김진아의 못다한 프로젝트였다. 김진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동두천> 연출의 계기는?

“극영화 버전을 염두에 두었고 투자 성사 직전 단계까지도 갔다. 하지만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고 정치적으로 민감했다. 게다가 폭행당한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재현할지도 여전히 문제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VR 포럼 사회를 맡은 걸 계기로 성냥불에 불이 켜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손에 쥐어진 비디오 카메라가 새로운 정치적 순간을 만들었듯, VR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VR이 적합했나.

“내 작품의 화두는 언제나 여성의 몸이었다. 영화는 원래 관음적 매체고, 재현 자체가 폭력이다. 전쟁 같이 끔찍한 일도 팝콘 먹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화다. 현대 예술에서 재현은 늘 문제였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작가의 미적인 욕심도 읽힌다. 반면 VR는 보지 않고 체험하게 한다. VR을 보면서 즐길 수는 없다. VR이라면 기지촌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을 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폭행·살해 당하는 장면 대신 사건과 무관한 듯한 동두천 풍경이 한참 나온다.

“공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국 국토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군 기지, 주변의 기지촌을 보여주려 했다. 관객이 그 속에서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읽어냈으면 했다.”

-VR과 영화의 연출상 차이는 무엇인가.

“영화의 기본 단위는 프레임이지만, VR에는 프레임이 없다. 영화는 연출자가 담고 싶은 세계만 보여준다. 그래서 어떤 프레임도 중립적이지 않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무언가가 배제된다. 영화 창작자에게 막강한 권력이 있다. 하지만 VR은 그렇지 않다. 장소를 정해 카메라를 가져다 놓으면 ‘끝’이다. 360도가 찍히니까, ‘액션’ 하면 감독과 촬영감독 모두 미리 눈여겨두었던 골목이나 전봇대 뒤로 바퀴벌레처럼 흩어져 몸을 숨기기 바쁘다(웃음). 다만 장소를 잘 골라 그곳에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고,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VR처럼 기술이 미학을 추동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이지만 내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VR을 접하고는 달라졌다. 영화에도 여러가지 과도기적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VR에는 그 모든 걸 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마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은 충격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기술은 산업, 엔터테인먼트에 먼저 적용되곤 한다. VR을 이용한 성산업 같은 것이 분명 번창할 것 같다.

“신기술은 돈이 든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팔리는 것은 성과 폭력이다. VR도 체험을 중시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VR은 인터넷과 같지 않을까. 양날의 칼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위험천만하지만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VR로 얼마든지 인류애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북금곰이 돼 본다면, 주변의 숲이 벌목되는 아마존 나무가 돼 본다면 어떨까. <동두천> 제작 소식을 듣고 재직중인 학교(UCLA)의 다양성 평등 포용 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VR의 활용 가능성을 본 것이다. VR은 한 마디로 타자와 완전히 공감하는 경험을 유도하는 매체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미쟝센의 영화는 사라질까.

“당분간 사라지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토리텔링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이야기 구조도 점점 게임의 구조를 닮아간다. 기승전결 없이 첫째 판, 둘째 판, 세째 판을 이겨 나가는 식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헝거 게임>이 그렇다. 요즘 젊은 관객은 <벤허>처럼 클래식한 스토리텔링의 영화는 지루해서 못본다. 언젠가 영화는 지금의 클래식 음악처럼 될 것 같다. 찾는 사람이 있어서 사라지진 않지만, 새롭게 만드는 사람은 적은 그런 장르.”

 

Sourc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

‘두번째 사랑’ 김진아 감독, UCLA 영화과 교수 임용…‘동양인 감독 최초’

하정우·베라 파미가 주연의 ‘두번째 사랑’을 연출한 김진아 감독이 UCLA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3일 김진아 감독 측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UCLA대학의 영화과에 동양인 감독이 교수로 임용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아 감독이 임용된 학과는 연극영화방송학부(School of Theater, Film and Television )에 속한 영화/방송/디지털미디어 학과(Department of Film, Television and Digital Media)로 26명의 정 교수진과 150여 명의 강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김진아 감독은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 감독이 수학한 하버드 대학의 시각환경학부(Visual and Environmental Studies)에서도 아시아 여성 최초로 초청돼 2014년까지 교편을 잡아 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중 버클리 캠퍼스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UCLA 대학의 영화과는 세계 최고 명문 영화과의 하나로 꼽힌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이 이곳 출신이다. 또 ‘커밍 투 아메리카’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데보라 랜디스 의상전공 교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편집자로 잘 알려진 낸시 리차드슨 편집전공 교수, 알렉산더 페인 감독, 배우 제임스 프랑코 등이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시스터 액트’의 제작자이기도 한 테리 슈왈츠 학장은 “김진아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상업극영화를 넘나드는 다섯개의 장편영화들로 폭넓은 작품 세계를 입증한 세계적 감독이다. 국제합작 분야에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김진아 감독이 우수한 스토리텔링, 국제적 다양성과 혁신을 모색하는 UCLA 연극영화방송 학부에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김진아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차기작을 준비 중이며, 양자경·헨리 주연의 ‘파이널 레시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헨리 주연 '파이널 레시피', 하와이 국제영화제 개막작 '호평'

배우 양자경, 친한, 그리고 슈퍼주니어-M의 헨리가 출연하고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파이널 레시피'가 하와이 국제영화제의 호평을 받았다. 

'파이널 레시피'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제33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지난 4월 중국시장에서 2억 위안이라는 성과를 거둔 '이별계약', 전세계 167개국에 선판매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설국열차'에 이은 CJ E&M의 또 하나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어린 셰프 마크(헨리)가 할아버지의 레스토랑을 살리기 위해 전세계 요리사들이 참가하는 요리대회 '파이널 레시피'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제 오프닝 리셉션에 참여했던 김진아 감독은 하와이 지역 한인 방송국인 KBDF TV Honolulu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며 현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파이널 레시피'는 오프닝 상영에서 하와이 호놀룰루 시내에서 가장 큰 멀티플렉스 상영관인 Regal Dole Cannery Theater 에서 800여명에 이르는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영화 상영 전 무대 인사를 가졌던 김진아 감독은 푸드 무비로서의 '파이널 레시피'의 특별함은 물론 아시아 요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현지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 영화가 상영된 이후에는 관객석에서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와 아시아 요리라는 눈을 사로잡는 소재, 가족애를 다룬 가슴 따뜻한 스토리가 모든 문화권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와이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앤더슨 레는 "'파이널 레시피'는 다양한 색채의 아시아 문화유산을 요리에 접목해 만들어낸 가족 드라마다. 숙련된 연기자들과 신예 스타들이 요리와 가족 멜로라는 조화로운 호흡을 통해 보편적 감성을 이끌어 냈다. 특히 김진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양자경, 헨리, 친한의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고 극찬했다.  

하와이 국제영화제는 1981년 개설된 이래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지역 국가들의 영화는 물론 매년 45개국의 관심작들을 초청해온 명망 있는 세계 영화축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 장훈 감독의 '고지전'이 개막작으로, 이재한 감독의 '포화 속으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폐막작으로 초청되는 등 한국의 인기작들이 상영된 바 있다. 

한편 '파이널 레시피'는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이어 오는 18일 브라질에서 개최 예정인 제37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공식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대됐다. 오는 11월 아메리칸 필름마켓을 통해 본격적인 세일즈를 시작하며, 내년 전세계 개봉될 예정이다.

Source: http://www.mydaily.co.kr/new_yk/html/read....

헨리 주연 '파이널 레시피', 베를린 영화제서 폭발적 반응..10분간 기립

가수 헨리와 중국 배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파이널 레시피'가 독일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파이널 레시피'는 지난 9일 베를린 국제 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공식 상영됐다. '파이널 레시피'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영화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헨리 주연 ’파이널 레시피’, 베를린 영화제서 폭발적 반응..10분간 기립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 상영과 동시에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엔딩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관객들은 상영 종료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이후 10여 분간 기립 박수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독일의 유명 음식 전문지 데어 파인슈메케(Der Feinschmecke)의 스테판 엘펜바인(Stefan Elfenbein) 기자는 "'파이널 레시피'는 아시아의 문화와 전통, 사랑, 갈등 등의 요소를 음식을 통해 맛있게 버무려낸 가족 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이널 레시피'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 요리라는 눈을 사로잡는 소재, 가족애를 다룬 가슴 따뜻한 스토리가 모든 문화권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고 전했다.

김진아 감독은 "'파이널 레시피'를 기획, 준비하는 과정에서 CJ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지적인 관객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화제인데, 많은 분들의 지원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파이널 레시피'의 베를린 국제 영화제 진출이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이널 레시피'는 어린 셰프 마크(헨리)가 할아버지의 레스토랑을 살리기 위해 전 세계 요리사들이 참가하는 요리대회 파이널 레시피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양한 색채의 요리가 화려한 영상미로 구현되는 동시에,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마음을 사로잡는 가족영화다. 

'파이널 레시피'는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등에 초대돼 일찌감치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Source: http://enews24.interest.me/news/article.as...

'파이널 레시피' 베를린영화제서 호평 "오감만족 푸드 무비"

홍콩 배우 양자경과 그룹 슈퍼주니어-M 멤버 헨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파이널 레시피'(김진아 감독)가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색채의 요리가 화려한 영상미로 구현되는 동시에, 가슴 따뜻한 드라마가 마음을 사로잡는 가족영화 '파이널 레시피'는 지난 9일(현지 시각)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됐다.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파이널 레시피'는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이어 베를린 영화제의 '컬리너리 시네마(Culinary Cinema)' 부문에 초청을 받은 것. '컬리너리 시네마'는 음식을 주제로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이날 상영회에는 주연을 맡은 양자경과 김진아 감독이 참석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파이널 레시피'는 영화 상영과 동시에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엔딩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다수 존재했다는 후문. 관객들은 상영 종료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이후 10여분 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 요리라는 눈을 사로잡는 소재, 가족애를 다룬 가슴 따뜻한 스토리가 모든 문화권을 막론하고 전 세계에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

독일의 유명 음식 전문지 '데어 파인슈메케(Der Feinschmecke)'의 스테판 엘펜바인(Stefan Elfenbein) 기자는 "'파이널 레시피'는 아시아의 문화와 전통, 사랑, 갈등 등의 요소를 음식을 통해 맛있게 버무려낸 가족 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영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양자경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음식"이라며 "음식을 소재로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전하는 '파이널 레시피'가 많은 관객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이후 두 번째로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된 김진아 감독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지적인 관객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화제인데, 많은 분의 지원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파이널 레시피'의 베를린 영화제 진출이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파이널 레시피'는 어린 셰프 마크가 할아버지의 레스토랑을 살리기 위해 전세계 요리사들이 참가하는 요리대회 파이널 레시피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헨리, 양자경, 친 한, 바비 리 등이 가세했고 '서울의 얼굴' '두번째 사랑' '그 집 앞'을 연출한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rce: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