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은 참 우리가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보던 소재다. 주변에서 정말 그렇게 많이 불륜이란 것을 행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우리는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며 대다수 인기를 끌어왔다. 물론 인기와 함께 강도 높은 비판도 받으며, “또 불륜이야기야!”라고 식상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머리가 좋은 제작진들은 기존 불륜과 또다른 차별화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혹평을 극찬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런 영화가 있다. <두 번째 사랑>이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다. 국내 배우 하정우가 출연한 미국영화로, 한국계 감독이 연출을 맡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이목이 집중된 영화다.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불륜을 사랑으로 미화하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두 번째 사랑>은 불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괜찮은 영화로 둔갑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불륜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큼 불륜이 사랑으로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줘 불륜을 다룬 기존 영화와 차별화를 이룬다.
시작은 불륜으로 끝은 사랑으로
기존 영화에서 불륜을 다룬 패턴을 보면, 서로 배우자가 있음에도 상대에게 첫 눈에 반하거나, 진작 만나야 했던 두 사람이어서 필연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불륜이라는 죄(?)를 피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탈바꿈 시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다. 그것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을 쯤 관객들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두 번째 사랑>은 철저하게 그 공식을 피해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사랑>이 택한 길은 무엇인가? 단도직입적으로 솔직함을 무기로 삼았다. 즉, 주인공들의 불륜을 사랑으로 미화시키려 필연인 것처럼 포장하지 않았다. 영화는 두 남녀 지하(하정우 분)와 소피(베라 파미가 분)는 사랑 없는 섹스를 먼저 시작한다. 소피는 잘 나가는 남편과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아 욕구불만이 생겼고 그것을 분출하려는 상대를 찾다 지하를 만나 섹스를 시작한 것. 즉 영화는 처음부터 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보여주지 않고 “이들의 사랑은 불륜이 맞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존 공식을 부수고 신선함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한 스토리 전개와 구성이다. 그리고 소피의 남편이자 성공한 변호사 앤드류(데이빗 맥기니스 분)와 평탄한 부부로 지내지만 그 안에 성생활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기 보단 지하와의 섹스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에둘러 말하고 있다. 즉 시작부터 불륜이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은 기존의 불륜 소재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그들이 결국엔 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예상되지만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능동성으로 진부함을 극복
더불어 이 영화는 진부한 소재를 신선하게 버무리면서 더 나아가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대부분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결말은 다들 가정으로 돌아간다. 잠시잠깐의 일탈을 만끽하고 그들의 불륜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포장하지만 결말은 가정의 안주다. 그래서 대부분 관객들은 운명적인 사랑에 감정을 몰입하다가도 가정으로 회귀를 바라보면서 씁쓸해진다. 결국 돌아갈 거면서 서로에게 왜 생채기를 냈는가? 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두 번째 사랑>은 제목처럼 두 번째 사랑으로 끝을 맺으려 한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일지도 모른다. 특히 그러한 두 번째 사랑으로 끝을 맺으려하는 사람이 여주인공 소피라는 것이 더욱더 색다르다. 영화에서 남편이 둘의 불륜 사실을 알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를 지우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피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를 지울 생각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남편과의 부부생활을 지속하고 싶지 않음을 확고하게 보여준 소피의 행동이 색다른 결말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영화는 후반에 이르러서 상투적인 불륜 소재를 새롭게 표현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불륜을 색다르게 그려냈다고 해서 호평을 받았다면 조금 서운하다. 그 이유는 바로 김진아 감독이 도발적인 불륜 소재에만 치중하지 않고 위태로운 부부의 일상과 두 번째 사랑으로 변해가는 일탈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영화는 계급, 인종 차별 문제도 중간 중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도발적인 소재의 영화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미국이란 거대한 사회 내에 인종의 갈등을 잘 그려내 단순하게 불륜 영화로 끝을 맺지 않는다. 그래서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지만 한 번쯤 꼭 봤으면 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특히 하정우라는 배우가 역시 카멜레온처럼 변신한 연기도 압권이기에 개봉을 기다려도 좋을 듯싶다.
—이준 (2007년 6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