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감독 “여성의 욕망 女시각 조명”

김진아(34) 감독의 ‘두번째 사랑’(Never Forever)은 특별하다. 최초의 한·미 합작영화로 전 장면을 미국 뉴욕에서 찍었다. 아기를 갖기 위해, 애인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만난 백인 여성과 한국 남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감독은 미국인 스태프들을 데리고 엄격한 노조 규약과 빠듯한 예산·일정에 맞춰 ‘두번째 사랑’을 보란듯이 일궈냈다. 

작법이 전작들과 판이하다.
“미술을 전공, 창작을 시작한 이래 여성의 삶을 일관되게 다뤄왔다. 매체·형식·스타일을 달리하면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는 비디오를 이용한 실험 다큐, ‘그 집 앞’은 디지털 실험영화다. 이번 영화는 상업영화인 만큼 말하고 싶은 것에 맞춰 방법을 바꿨다.”

멜로영화를 하게 된 계기는.
“멜로는 여성의 삶과 욕망을 중요하게 다룬다. 내가 관심 있는 이야기에 딱 맞는 장르다. 하버드대학에서 한국영화를 강의하면서 많은 멜로영화를 봤다. 1960년대 작품도 다시 보면서 멜로가 대단한 장르라는 걸 새삼 절감했다. ‘자유부인’을 현대화시키거나 ‘씨받이’를 여성의 관점으로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했나.
“상세한 트리트먼트를 사흘 만에 썼고, 초고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2주 걸렸다. 보스턴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이민 노동자들을 보다가 한 여성과 상반된 두 남자를 설정하면서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을 때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행복한 삶에 대해 조명했다.”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하는 데에는 몇 달이 소요됐다. 2005년 봄부터 한·미 합작을 추진, 두 나라 관계자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지난해 여름에 한 달 동안 찍었다.

베라 파미가 연기가 돋보인다.
"대단한 배우다. 베드신은 물론 폭넓은 여성의 모습과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실감나게 잘 표현해 주었다. 연기력을 갖춘 신선한 마스크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여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 베라 파미가를 캐스팅하면서 모든 게 풀렸다.”

베라 파미가는 2004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인 ‘절망의 끝에서’(Down to the born) 여주인공으로 각광받았다. 이 영화로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4개부문 수상작인 ‘디파티드’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멧 데미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의사로 출연,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캐스팅은 쉬웠나.
“시나리오를 읽고 ‘내 이야기’라고 하더라. 그는 프랑스 명문가의 배우와 이혼한 뒤 그리 유명하지 않은 록그룹의 키보디스트와 재혼했다. 어쨌든 나중에 출연을 번복하려고 했는데 내가 보내준 전작과 하정우씨의 활동상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하정우는 어땠나.
“기대 이상이었다. 믿었기 때문에 시시콜콜 요구하지 않았고, 알아서 잘해주었다. 베라 파미가가 ‘나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정우씨 연기에 리액션을 했을 뿐’이라며 정우씨를 칭찬하더라. 정우씨는 자신의 캐릭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고 완벽하게 해냈다.”

미국 촬영현장은 어땠는지.
“미국 촬영현장은 진행이 빠르다. 노조 규약상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촬영할 수 없다. 그럼에도 25회로 촬영을 마쳤다. 하루 평균 25컷, 많게는 34컷까지 찍었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한국적인 것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소품·의상 담당과 싸워가면서 한국제품을 사용했다.”

영어제목의 의미는.
“칠레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한 시(詩)에서 딴 제목이다. 인간의 유한한 삶과 두렵지 않은 사랑, 다시 오지 않을 진짜 사랑을 뜻한다.”

김감독의 다음 영화는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는 심리 스릴러다. “8월부터 교수를 그만두고 영화연출에 전념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한국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Source: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