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확 비틀었죠”… ‘두번째 사랑’ 의 김진아 감독

'두 번째 사랑'(제작 나우필름, Vox3)은 영어 제목 '네버 포에버'로 더 잘 알려진 영화다. 본격적인 한·미 합작 영화로 김진아 감독과 주연배우 하정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또 지난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의 미국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는 점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개봉(21일)을 앞두고 김진아(34) 감독을 만났다. 영화가 주는 느낌과 딱 들어맞는 섬세하고도 당찬 여성이었다. 영화는 한국계 변호사와 결혼한 백인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임신이 여의치 않자 한국인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를 만나 계약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 그동안 다른 이의 삶에 얽매여있던 여자는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랑과 주체적인 삶을 얻게 된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자신의 미국 생활을 담은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와 재미교포를 주인공으로 한 '그집앞' 등 두 편의 장편을 만든 뒤 최근까지 하버드 대학 시각예술학부 교수를 지내는 등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따져보면 미국에서 산 기간은 7년 정도인데 그곳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신예 배우로 마틴 스코세지의 '디파티드' 등에 출연했던 베라 파미가와의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전 그렇게 유명 배우인 줄 몰랐고 '다운 투 더 본'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베라를 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나 해서 시나리오를 보내봤죠. 의외로 바로 연락이 왔고 처음 만날 때부터 너무 잘 통했어요. 친자매처럼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소피라는 캐릭터를 함께 잡아갔죠."

그는 성공적으로 영화 현장을 조율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의외로 '여자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베라는 '네가 여성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어요. 노출이 많은 점은 여배우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제가 그의 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출연했다는 거죠. 또 스태프와의 관계에서도 여성이 유리해요. 친화력이 있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상대는 더 헌신적으로 일하거든요."

어찌보면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인 이 영화를 찍은 계기를 물었다. "멜로는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유일한 상업 장르죠. 그러나 대부분 영화들이 여성의 욕망은 성취되지 못한 것으로 남겨두는 점이 불만이었어요. 저는 여자가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집하면 어떻게 되나, 그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던 소피가 남편을 위해 희생을 자처하다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간 '어머니 아니면 창녀'로 구분되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으로 그는 더 본격적인 상업영화에 진출한다. 파라마운트사의 제의로 여자들간의 심리 스릴러인 '더 젤러스 원'(가제)의 연출을 맡아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내 의식을 구성하는 90%는 '여자'라는 자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그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