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감독다운 섬세한 연출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한국명 두번째 사랑)가 뉴요커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1일 밤(현지시간) 맨해튼의 예술영화전문관 랜드마크 션샤인 극장 앞에는 십수명의 뉴요커들이 한 동양 여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동양 여성은 이날 개봉한 '네버 포에버'의 연출을 맡은 김진아 감독이었다.
김진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네버 포에버는 지난해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도빌 아메리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차지하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불법체류자인 지하(하정우 분)와 생식 능력이 없는 한국인 남편(데이비드 맥기니스 분) 대신 임신시켜줄 남성을 찾는 미국여성 소피(베라 파미가 분)와의 은밀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맨해튼에서 올로케됐지만 정작 뉴요커들에게는 이날 처음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뉴욕 한국문화원(원장 송수근)의 정종철 영사를 비롯한 한국문화원 관계자들과 미국인 관객들이 함께 한 가운데 김진아 감독은 무대 인사를 통해 "뉴욕서 촬영한 영화를 뉴욕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뉴욕 개봉의 특별한 소회를 피력했다. 특히 이날 뉴욕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데이비드 맥기니스(34)가 합류, 시선을 끌었다.
한국인 어머니(이숙영)와 스코틀랜드계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맥기니스는 비교적 능숙한 한국어로 "뉴욕 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190cm의 훤칠한 체구로 뉴욕 태생으로 특급모델로 활동하다 영화배우로 변신했다.
'태풍', '기담' 등 여러 편의 한국 영화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최근 아버지와 함께 몬태나 해밀턴에 마스터 블렌드(Master Blend)라는 음식점을 오픈했다.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 유감"이라며 웃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이젠 결혼하고 싶다. 한국 여성이라면 더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이날 미국 관객들은 네버 포에버가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한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표했다. 아들을 열망하는 한국인 가정에 시집간 미국 여성의 고뇌와 정자 제공을 원하는 남성과의 불륜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크 헨더슨씨는 "뉴욕에 한인들이 많이 살지만 한인 사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상당히 흥미로왔다. 노출신과 베드신도 상당히 파격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객 제이미 폴링씨는 "많은 것을 암시하고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 엔딩신이 인상적이다. 젊은 여류 감독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네버 포에버는 밀양의 이창동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으로부터 “뛰어난 연기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출력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경험”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피아노'의 음악감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마이클 니먼이 음악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