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욕망, 터놓고 말해보죠”

독립영화, 여성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 집 앞’이 최근 촬영을 마쳤다. ‘그 집 앞’은 음식 거식증과 섹스 폭식증을 앓는 두 여자의 몸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진아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연출도 했다.

김감독은 “실험성을 추구하면서 정서적 내용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 했다”는 말로 작품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실험성은 창작인이 갖는 기본 욕망이자 관객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형식상의 새로움으로 관객의 심미안을 조금이라도 확장시키고 정서적 울림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여자는 사랑없는 섹스후 음식에 대한 거식증을 앓으면서 집안에 갇혀 있어요. 또다른 여자는 갑작스런 임신후 섹스에 대한 폭식증을 느끼며 거리를 배회하고요. 이들을 통해 여자들의 외로움과 욕망을 가감없이 묘사하려고 합니다”

김감독이 이 작품을 떠올린 건 2000년 가을. 언제 어디에서든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그는 이 즈음 메모상의 이미지들이 일관성을 지녔다는 걸 발견했다. 이듬해 여름 이 이미지들을 나열, 걸러내면서 정리를 하자 그곳에는 두 여자가 살고 있었다. 이후 다른 듯하지만 닮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듬고 살을 붙이면서 중편소설로 엮었고 이어 시나리오로 완성했다.

“얼핏 두 여자가 영화상의 도식적인 인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는데 모두들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몇몇 사람들은 친구 사이여서 한 이야기를 영화상에다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편해 하기도 했죠”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장편영화 제작지원작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여주인공은 슈퍼엘리트 모델 출신인 이선진과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최윤선, 이들 사이의 남자는 정찬이 맡았다.

촬영은 부산·오버하우젠(독일)·밴쿠버(캐나다)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김감독의 전작 ‘빈집’ ‘다채로워지는 아침’ ‘김진아의 비디오일기’를 통해 알게 된 피터 그레이(미국장면)와 베니토 스트란지오(한국장면)가 맡았다. 그레이는 ‘세친구’와 ‘H’의 촬영감독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더위와 추위,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악전고투를 하면서 두 여자의 겉과 안을 살아있는 인물의 그것으로 상징화하는 데 주력했어요. 원형(실제)과 멀어지면 스크린에 박제된 인물에 지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인물은 물론 그들의 언행과 심리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점을 감안, 영화 전체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어요. 인물에 대한 친밀감과 여성의 내밀한 자의식과 감수성을 담아내려면 기존의 필름과는 다른 영상언어를 구현해야 했거든요”

김감독은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 재학중 연극을 했고, 설치·환경미술과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비디오 아트와 인연을 맺었다. 미국 칼아트(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영화과 대학원에서 비디오 아트를 전공하면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6년여 DV작업을 통해 여성의 ‘몸’과 ‘욕망’에 주목해온 그는 이제 장편 데뷔작 ‘그 집 앞’으로 보다 많은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다. 이 영화는 오는 5월중 개봉될 예정이다.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Source: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